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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교에서 교사가 수업을 준비하고 운영하는 방식은 단순히 '영어로 가르치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요. 수업 하나하나가 단순 지식 전달을 넘어서, 학생이 직접 움직이고, 질문하고, 토론하고, 심지어는 수업 흐름을 ‘공동 창작’하는 구조로 설계되죠.
나 역시 몇 년 전, 지인의 자녀가 국제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우연히 그 학교의 교사 연수 자료를 본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느꼈던 건, “아, 이건 교사 중심이 아니라 학생 중심 수업의 끝판왕이구나”였어요.
오늘은 실제 국제학교에서 교사들이 어떻게 수업을 만들고 평가하는지, 국내 교육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현장감 있게 풀어보려 해요.
교사는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촉진자’
국제학교의 수업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교사는 가르치지 않는다”예요. 무슨 말이냐면, 교사가 칠판에 판서하고 설명하는 전통적 방식은 국제학교에선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거죠.
대신 교사는 수업 전 미리 ‘탐구 과제’를 제시하거나 논의를 유도할 만한 질문, 프로젝트 주제를 던져요. 학생들은 개별 조사나 조별 활동을 통해 정보를 찾아보고, 그 결과물을 발표하거나 토론해요. 교사는 그 과정을 관찰하며 피드백을 제공하고, 필요할 때만 가이드 역할을 하죠.
예를 들어, IB 커리큘럼에서는 “Why is water scarcity a global issue?”라는 질문 하나로 과학, 사회, 경제, 윤리까지 융합된 수업이 전개돼요. 교사는 여기서 이슈를 확장시켜 주거나, 자료 해석 방법을 알려주거나, 학생들끼리 논의 중 갈등이 생기면 중재자 역할을 해요.
이런 수업을 위해 교사들은 ‘단원 목표’뿐 아니라 ‘핵심 질문’, ‘성취 기준’, ‘다양한 활동 유형’을 미리 치밀하게 설계하죠.
평가 방식은 시험이 아니라 ‘과정’ 중심
국제학교에서는 학생의 성장을 측정할 때 단순히 시험 점수로 줄을 세우지 않아요. 대신 과정 중심 평가, 수행 중심 루브릭, 그리고 자기평가와 동료 피드백이 적극 활용돼요.
실제 평가 예시
- 포트폴리오 제출: 1학기 동안 쓴 에세이, 프로젝트 결과, 활동 일지를 모아 정리
- 프레젠테이션: 각자 주제를 정해 발표하고 질의응답
- 토론 참여도: 수업 중 어떤 질문을 던졌고, 어떤 관점을 제시했는지
- 글쓰기 과제: 주제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자료 근거 제시 능력 평가
- CAS 활동 보고서: 봉사·창의활동의 목표 설정과 실행력 평가
이 모든 평가에는 명확한 루브릭(Rubric)이 있어요. 예를 들어 에세이를 평가할 땐 ‘논리적 구조’, ‘근거 제시력’, ‘언어 명료성’, ‘비판적 시각’ 같은 항목이 각각 점수화돼요.
그리고 중요한 점은, 이 평가가 학생 스스로 자신의 학습 상태를 성찰하도록 유도한다는 거예요. “내가 왜 이 과제를 했는가?”, “다시 한다면 어떻게 다르게 접근할까?” 이런 질문이 루틴처럼 반복돼요.
교사 연수의 강도도 상상 이상
국제학교 교사는 자격이 있다고 그냥 수업을 맡지 않아요. 특히 IB 인증 학교의 경우, 공식 트레이닝을 이수한 교사만이 수업에 투입돼요. 이 과정은 짧게는 2주, 길게는 3~6개월까지 이어지며, IB 교육 철학, 과목별 세부 수업 설계법, 평가 루브릭 작성법 등을 배워요.
이건 단순한 매뉴얼 습득이 아니라 교사 스스로도 학습자 마인드로 돌아가야 하는 훈련이죠.
또한, 학교 내에서도 교사들끼리 정기적으로 수업 피드백 세션, 수업 공개, 공동 프로젝트 설계 등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요. 즉, 국제학교 교사는 고립된 전문가가 아니라 수업을 함께 만드는 협업자이자 연구자에 더 가까워요.
국내 교실과 가장 다른 점은?
내가 느끼기에, 국제학교 교사와 국내 교사의 가장 큰 차이는 ‘수업 준비의 무게’예요. 국내에선 교과서와 진도표가 정해져 있고, 교사가 창의적으로 뭔가를 바꾸려면 굉장히 많은 제약이 따르죠.
반면 국제학교는 교사가 수업 자체를 디자인하는 권한과 책임이 커요. 단원 설계, 활동 구성, 평가 루브릭까지 모두 교사가 설계해야 하다 보니 수업 하나에 투자하는 시간 자체가 달라요.
예를 들어 IB 환경과학 수업을 설계하려면,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실험을 설계하며,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고 사회적 함의를 토론하게끔 하나의 ‘시나리오’를 써야 해요. 거기에 관련된 자료 조사, 시각 자료 제작, 평가기준까지 더해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피로감은 크다
이렇게 이상적으로 들리는 국제학교 수업도 현장에선 시간 부족, 학생 간 격차, 활동 중심 수업의 피로도 등 여전히 고민이 많아요.
- 어떤 학생은 자율적 수업을 좋아하지만, 어떤 학생은 오히려 덜 집중하거나 수행력이 떨어지기도 해요.
- 교사도 다양한 루브릭을 관리하고 모든 학생의 과정을 일일이 피드백 주는 데 한계를 느끼죠.
- 학부모 입장에선 ‘점수’가 보이지 않아 불안해하거나, 실제 학습 수준을 체감하지 못하기도 해요.
그래서 요즘 국제학교도 AI 기반 평가 도구, 학생 주도형 리더십 도입, 동료 평가 확대 등 평가와 수업 모두를 ‘지속 가능한 구조’로 만들기 위한 시도들을 다양하게 하고 있어요.
마무리하며
국제학교 교사의 수업 설계는 단순한 수업 준비가 아니에요. 학생이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태도로 탐구하며,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는지를 끝까지 설계하는 작업이죠.
국제학교 수업의 진짜 힘은 교사 혼자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어요. 그 과정 안에서 학생은 '배우는 사람'에서 '스스로 의미를 만드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교사는 ‘전달자’에서 ‘이끌어주는 동행자’가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국제교육이 지향하는 교육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