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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은 상상해 본 적 있을 거예요. 푸른 언덕 위에 자리한 작은 학교, 숲과 바다가 가까운 교실, 그리고 책상 대신 바닥에 앉아 자유롭게 토론하는 아이들. 뉴질랜드의 국제학교들은 이런 이미지가 과장이 아니라, 실제 교육 현장으로 이어져 있어요.
이 나라의 국제학교는 단순히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가 아닙니다. 자연과 삶, 공동체, 창의력을 중심에 두고 학생을 한 사람의 ‘독립된 존재’로 대하는 철학이 뿌리 깊게 박혀 있어요.
이번 글에서는 뉴질랜드 국제학교의 교육 환경, 수업 방식, 커리큘럼 특징, 그리고 한국 학생들이 느끼는 장점과 충격들까지 생생하게 풀어볼게요.
자연이 교과서가 되는 학교
뉴질랜드 국제학교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교실 밖 교육이 일상화돼 있다는 것이에요. 과학 수업이라고 해서 실험실에만 머물지 않아요. 근처 숲에서 식물 군락을 관찰하고, 바닷가에서 수질을 채취하고, 심지어는 날씨가 좋으면 그날의 문학 수업도 잔디밭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건 단순한 체험학습이 아니라 정규 커리큘럼 안에 자연환경을 활용하는 방식이에요. 예를 들어 ‘기후 변화’ 단원이 시작되면, 학생들은 직접 지역 기온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현지 원주민 마오리족이 지켜온 자연관을 조사해 자신만의 분석 자료를 만듭니다.
이런 수업 방식은 단지 지식을 배우는 것을 넘어서 ‘배운 걸 삶에 적용하는 연습’을 하게 만들죠.
‘시험’이 없는 학기, 스스로 길을 찾는 아이들
뉴질랜드의 국제학교는 대부분 IB 또는 Cambridge 국제 과정을 채택하고 있지만, 운영 방식은 다소 독특해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학생 주도 수업이 매우 강하다는 점입니다.
중학생 과학 프로젝트 시간에는 “당신이 일상에서 궁금한 걸 과학적으로 풀어보라”는 과제가 주어져요. 한 학생은 “샤워할 때 노래를 부르면 음정이 더 안정될까?”라는 주제를 잡고 집에서 실험을 한 뒤, 과정을 영상으로 제출했어요.
이런 프로젝트 하나가 학기 성적의 30~40%를 차지합니다. 단순히 시험 하나로 모든 성취를 측정하지 않고, 학생의 탐구과정, 창의성, 자기표현력을 종합적으로 본다는 거죠.
교사는 함께 걷는 동행자
뉴질랜드 국제학교의 교사들은 가르치는 사람보다는 ‘같이 고민하는 어른’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문학 수업에서 ‘이민자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다룰 때, 교사는 10분간만 설명하고 나머지 시간은 학생들이 토론을 주도해요.
한국계 학생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 다른 나라 친구들이 각자 경험을 나누고, 그걸 바탕으로 각자 짧은 수필을 씁니다. 교사는 조용히 질문을 던지거나 방향을 살짝 잡아줄 뿐, 수업의 주도권은 학생에게 있어요.
다양한 언어와 문화 속에서 배우는 ‘공존’
국제학교엔 다양한 국적의 학생이 모여 있고, 뉴질랜드는 이민자와 유학생 비율이 높은 나라입니다. 이 다문화 환경은 교실 수업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나요.
예를 들어 역사 수업 시간에 '제국주의'를 다룰 때, 각 나라 학생들이 자국의 시각에서 해당 사건을 이야기하고, 서로 다른 관점을 비교하며 토론합니다. 또한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 문화도 교육 과정에 적극 반영돼, 학교 곳곳에서 마오리어 안내문이나 전통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요.
한국 학생들이 말하는 장점과 적응의 어려움
한국 학생들 중 상당수는 자율적인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려요. 아무도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다고 칭찬받지도 않기 때문이에요. 질문하지 않으면 존재감이 없어진다고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자신감을 얻고, 자기 주도성이 강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어떤 학생은 “한국에선 교과서 밖으로 벗어나면 혼났는데, 여긴 교과서 안에만 머무르면 칭찬을 못 받아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마무리하며
뉴질랜드 국제학교는 지식의 ‘양’보다는 ‘깊이’를 중시하고, 결과보다 ‘과정’을 존중하며, 개별 학생을 ‘성적표’가 아닌 ‘인격체’로 바라보는 곳입니다.
모든 학생에게 맞는 교육은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스스로를 탐구하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이해하길 원하는 학생에게 뉴질랜드는 놀라운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환경임이 분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