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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근무 중인 분과 얘기를 나눌 일이 있었어요. “아이 교육은 어때요?”라고 물었더니, 딱 한 마디로 답하시더라고요. “진짜 사람답게 배우는 곳 같아요.”
이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어요. 그리고 나중에 독일 국제학교와 유럽식 교육 시스템을 찾아보면서, 그 말이 단순한 감상이 아니었단 걸 알게 됐죠.
점수보다 ‘사고력’을 먼저 키우는 독일식 수업
독일 국제학교는 단순히 ‘외국인을 위한 학교’가 아니에요. 이곳의 교육 방향은 굉장히 독특하고, 분명한 철학이 있어요. 가장 눈에 띄는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얼마나 많이 아느냐”보다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수학 문제를 풀더라도 정답보다 풀이 과정에서 어떤 사고를 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해요. 아이들이 틀려도 괜찮아요. 대신 그 안에서 어떤 논리를 펼쳤는지가 중요한 거죠. 그래서인지 발표 수업이나 토론 수업도 매우 비중 있게 다뤄지고요.
또 시험의 비중이 전체 성적의 일부일 뿐이에요. 오히려 평소의 태도, 참여도, 프로젝트 완성도, 글쓰기 역량 등이 훨씬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강요 없는 자율, 그 안에서 피어나는 책임감
“독일 국제학교는 자율성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는데, 처음에는 그냥 학생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건 줄 알았어요. 근데 실제로는 ‘스스로 결정하게 두는 구조’를 말하는 거더라고요.
예를 들어, 수업을 진행하다가 궁금한 점이 생기면 학생이 수업 중간에 질문하고, 책 찾아보고, 선생님에게 토론 요청을 할 수 있는 분위기에요. 교사는 정해진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질문을 던져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다른 의견도 들어볼래?” 같은 방식이죠.
한 교포 학부모의 말이 기억나요. “숙제를 하라고 잔소리하지 않아도, 아이가 스스로 자기 시간표를 짜고 지키려고 해요.” 그게 바로 책임감이 스스로 자라는 구조라는 거죠.
또한 교과 외 활동도 풍부한데, 예술, 스포츠, 목공, 사진, 연극 등 다양한 실습 수업이 잘 구성돼 있어요. 여기서 아이들은 ‘성적’이 아니라 ‘성장’을 경험한다고 해요.
국제학교지만, 독일의 교육정신은 그대로
많은 독일 국제학교는 IB(국제 바칼로레아)를 운영하면서도, 독일의 교육 가치를 그대로 녹여낸 게 특징이에요.
대표적인 건 GSIS(독일 국제학교)나 FIS(프랑크푸르트 인터내셔널 스쿨)인데요, 이곳들은 단순히 언어와 커리큘럼을 국제적으로 맞춘 게 아니라, “사회 속 한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요.
또한 지역 커뮤니티와 연결되는 프로젝트도 많아서, 학생들이 지역 환경 보호 활동이나 복지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도 해요. “배움은 책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에서 실현돼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철학이에요.
그리고 IB 외에도 독일어권 학생들을 위한 독일 아비투어(Abitur) 과정을 함께 운영하는 학교도 많아요. 이렇게 이중 언어, 이중 체계의 운영이 가능하다는 건, 부모에게도 다양한 선택권을 줄 수 있는 부분이죠.
마무리하며
독일 국제학교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을 기르는 공간이에요.
점수로 순위를 나누는 경쟁보다, “너는 어떤 생각을 했어?”를 묻는 방식이 낯설 수도 있지만, 그게 오히려 아이의 자존감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힘이더라고요.
만약 내 아이가 단단하고 느긋하게, 하지만 깊이 있게 배우길 바란다면 독일 국제학교라는 선택은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답게 배우는 곳”이라는 그 말, 지금은 저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