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얼마 전, 싱가포르에 거주 중인 지인과 통화를 하다가 인상적인 말을 들었어요. “여긴 애들 교육이 전쟁이야. 근데 그 전쟁이, 그냥 점수 따기 게임이 아니라 진짜 글로벌 마인드를 키우는 전쟁이야.” 그 얘기를 듣고 난 뒤, 자연스럽게 싱가포르 국제학교에 대해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죠. 이곳은 단순히 학비 비싼 외국인 학교의 이미지가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가장 ‘잘 만든 교육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자주 받는 곳이에요.
국제학교가 많은 이유부터 다르다
싱가포르는 도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40개가 넘는 국제학교가 있어요. 그 이유는 명확하죠. 외국 기업과 외국인 인재 유치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싱가포르에는 글로벌 금융회사, 다국적 기업, 외교기관 등이 집중되어 있고, 그만큼 외국인 가족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교육 인프라도 함께 성장했어요.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양’보다 ‘질’이에요. 싱가포르에 있는 국제학교들은 단순히 교과서 번역해 가르치는 수준이 아니에요. 대부분 IB(국제 바칼로레아), IGCSE, A-Level, 미국 AP, 프랑스 바칼로레아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해요. 각 가정의 국적이나 아이의 진로에 따라 선택지가 다양하다는 건, 분명 엄청난 장점이죠.
커리큘럼과 수업 분위기, 디테일이 다르다
지인의 딸이 다니는 학교는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IB 월드스쿨 중 하나인데, 제가 들은 이야기 중 가장 흥미로웠던 건 ‘모든 수업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었어요.
예를 들어, 환경을 주제로 다루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과학 시간엔 기후변화를 배우고, 사회 시간엔 해당 정책을 분석하고, 영어 시간엔 그에 대한 에세이를 써요. 이게 그냥 ‘관련된 수업’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를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훈련이더라고요.
또 수업 방식 자체도 한국의 일반 고등학교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 질문을 먼저 던지고, 친구들과 토론하고, 교사는 가이드를 주는 식이에요. 딸이 처음 적응할 때는 ‘수업이 너무 자유로워서 낯설다’고 했대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답이 하나가 아니고,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게 신기하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리고 영어만 가르치는 것도 아니에요.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같은 외국어 선택 폭도 넓고, 심지어 제2외국어를 실용 회화가 아닌 실제 ‘문화적 맥락’에서 배운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대학 진학, 통계가 증명하는 결과
"그래, 커리큘럼 다 좋은 건 알겠는데, 결과는 어때?"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그래서 실제 통계를 찾아봤어요.
싱가포르 주요 국제학교(예: UWCSEA, SAS, SJI International, Tanglin Trust 등)는 졸업생의 90% 이상이 해외 명문대에 진학해요. 하버드, 스탠퍼드, 옥스퍼드, LSE, 토론토대, 홍콩대, 심지어 서울대까지 전 세계 상위권 대학 리스트가 그들의 진학 결과에 매년 포함됩니다.
심지어 IB 평균 점수도 세계 평균보다 4~5점 높은 곳이 많고요. 2024년 기준 UWCSEA의 IB 평균 점수는 35~36점, 일부 상위권 학생은 만점인 45점에 도달하기도 했어요.
물론, 입학 자체도 쉬운 건 아니에요. 국제학교 입학엔 영어 인터뷰, 수학 테스트, 학생 자기소개 에세이 등이 포함되며, 경쟁률이 높은 학교는 몇 개월 전부터 대기 신청을 해야 할 정도예요.
마무리하며
싱가포르 국제학교는 단순히 학비 비싼 외국인 전용 학교가 아니었어요. 그 안에는 잘 설계된 교육 철학, 전 세계를 염두에 둔 커리큘럼, 그리고 학생의 생각과 표현을 진짜로 존중하는 수업 방식이 녹아 있더라고요.
만약 아이가 단순히 성적 중심이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고, 다양한 문화 속에서 배우길 원한다면, 싱가포르 국제학교는 분명 한 번쯤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라고 생각해요.
물론 현실적인 장벽(비용, 입학 조건 등)은 분명 있지만, 그만큼의 ‘투자 가치’가 있다는 점은, 지금도 거기서 공부하고 있는 수많은 학생들의 눈빛이 증명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