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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늘 나오는 주제가 있어요. 바로 “IB가 좋을까, A-Level이 좋을까?”라는 이야기죠. 둘 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고등교육 과정이고, 영국에서는 국제고등학교(International Sixth Form)나 일부 사립학교에서 두 과정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몇 년 전 런던에 있는 지인을 통해, 직접 두 과정을 겪은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그 당시엔 그냥 공부방식 차이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교육 철학 자체가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IB는 폭넓게, A-Level은 깊게
가장 큰 차이는 ‘과목 선택의 폭’이에요. IB 과정은 총 6과목을 정해진 그룹에서 골라야 하고, 여기에 TOK(지식론), EE(논문), CAS(봉사활동)까지 필수로 들어가요. 그래서 공부할 게 엄청 많죠. 그 대신 ‘폭넓은 학습’을 통해 전반적인 사고력과 균형을 키우는 게 목표라고 해요.
반면 A-Level은 딱 3~4과목 정도만 집중해서 공부해요. 자기가 잘하는 과목, 또는 대학 전공과 연결된 과목을 골라서 아주 깊이 파는 구조죠. 시험도 서술형이 많고, 과목마다 별도의 과제나 실험 레포트 같은 것도 들어가고요.
실제로 A-Level을 택한 학생은 “나는 수학이랑 물리만 정말 좋아해서, 다른 건 안 하고 싶었다”라고 하더라고요. 반면 IB를 택한 학생은 “다양한 걸 배우면서 나한테 맞는 걸 찾고 싶었다”고 했고요.
그래서 이건 단순히 커리큘럼 차이가 아니라, ‘학습 스타일’의 문제인 것 같아요.
수업 분위기와 학습량, 생각보다 다르다
IB는 수업 방식도 좀 더 프로젝트 중심이에요. 학생들끼리 그룹으로 조사하고, 발표하고, 에세이를 자주 써야 해요. 특히 TOK 같은 과목은 "지식이란 무엇인가" 같은 다소 추상적인 질문을 다루는데,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겐 꽤 난이도 높게 느껴질 수 있다고 해요.
그에 비해 A-Level은 좀 더 전통적인 수업 방식이에요. 강의식 수업도 많고, 시험에 대비한 학습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식 교육에 익숙한 학생들에겐 A-Level이 편하다는 얘기도 있어요.
학습량으로 보면, IB는 과목 수가 많아서 당연히 바쁘고, 시간 관리가 정말 중요해요. “IB 하면서 체력 없으면 못 버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주일 내내 뭔가를 해야 하는 구조라고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영국에서 만났던 학생 중 한 명은, “IB는 나를 생각하게 만들었고, A-Level은 나를 시험 준비 전문가로 만들었어”라고 표현했어요. 되게 와닿았어요.
대학 진학과 평가 방식도 차이가 있어요
영국 대학 입시에서도 두 과정을 다 인정해요. 다만 평가 기준이 조금 달라요.
A-Level은 과목별 성적(A*, A, B 등)으로 나오고, 대학교에 지원할 때 예상 등급(Predicted Grade)을 기준으로 조건부 입학(Conditional Offer)이 나와요. 예를 들어 “수학 A, 화학 A, 물리 B 이상일 경우 합격” 같은 식이죠.
IB는 총점 45점 만점에, 일반적으로 38~42점 사이를 요구하는 대학이 많고요. 과목별 점수와 EE, TOK, CAS 점수가 모두 합쳐져서 평가돼요.
영국 외의 대학, 특히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같은 나라로 진학할 경우에는 IB가 좀 더 유리하다는 얘기도 많아요. 미국 대학은 IB의 ‘과정 중심 평가’와 다양한 과목 이수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리고 대학 측에서도 “IB는 자율적이고 균형 잡힌 사고력을 길러준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서, 특히 인문·사회계열로 진학할 학생이라면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요.
마무리하며
제가 실제로 본 바로는, A-Level은 명확한 목표가 있는 학생에게 적합하고, IB는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싶은 학생에게 더 잘 맞아요.
두 과정 중 뭐가 더 낫다기보다는, “내가 어떤 공부를 좋아하는지”, “시험 중심이 편한지, 글쓰기와 토론이 편한지” 이걸 먼저 고민해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영국 국제고등학교를 고민 중이라면, 커리큘럼의 차이만 보지 말고, 아이의 성향과 학습 스타일을 먼저 천천히 살펴보는 게 좋은 시작이 될 거예요.

